D+사십사일

일상다반사 2018. 11. 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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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수술날 기준으로 카운트해보니 44일째이다.
68세 간병인 여사님이 새벽에 몸져누워 응급실에 갔더니 혈압 220이 나왔다고 한다. ct 등 추가검사를 했는데 원인을 찾지 못 했다. 오늘은 일단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라고 했는데 과연 복귀 가능할까.
어머니 가래 썩션, 엉덩이 염증 치료는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다. 칠순 노인인 아버지가 간병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아름답던 어머니가 갑자기 이렇게 되다니 이게 지옥의 모습 같다.
내게 누군가 요즘 일은 어떤지 물어보는데, 나는 지금 일보다는 간병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한다. 그깟 일. 거지같지. 운칠기삼도 아닌 운구기일에 가까운 허황된 측면이 있지. 그 안에서 긍정적이고 모범적이기 위해 연기 중인거지. 인생 아니 직장생활은 일터라는 연극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니까. 그렇다고 다시 냉소적이거나 번아웃되고 싶지는 않아. 누구 좋으라고. 이럴거면 hc kl nyc 간다고할까라는 생각이 유달리 많이 드는 요즘이다. 다 지나간 일인데 지저분하게 집착이라니 퉷.
희망과 고통이 공존하는 병실을 나왔다. 어릴 적에는 내가 병실에 누워있었지. 우리 아이들같이 되어버린 어머니. cbs 레인보우 방송이 나오니까 기분이 좀 풀리셨을까. 참 활동적이고 활발한 분이셨는데 얼마나 답답하실까. 아직 63세인데 팔다리는 너무 야위었네. 그걸 내 두 눈으로 보고있자니 눈물나게 슬프다. 움베르토 에코의 미와 추에 대한 서적이 떠오르면서 내 인생이 추해짐을 받아들인다. 추 안에서 미를 찾아가는 게임인걸까.
더 답답한건 그 누구도 나를 이해 못 하고 위로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마도 하나님의 아들조차도. 음악 감상에 의지하는 나와 어머니를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음악이 아니고 내가 미술이 아니고 내가 예술이 아니다. 내게 평범함을 받아들이라고 현자들은 충고한다. 그게 내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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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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