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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2022년 작품이다.

가톨릭에서의 모티브가 많으면서도 인본주의 성향도 묻어 있는 부분은
내가 한때 좋아했던 아일랜드 밴드 U2와 흡사한 듯 하다.

70~90년대 초기 작품의 진한 액기스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한국이든 주류가 되어버린 사상들에 물들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진화론, 적그리스도, 인본주의, 가족 해체, 성 혁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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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햇빛에 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또는 인간의 눈빛에 대하여
내가 지상에 떨어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동안의 모든 기다림에 대하여
견딜 수 없었던
폭풍우의 폭력에 대하여
내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내가 하늘에서 땅으로 툭 떨어짐으로써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낙과(落果)」 전문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택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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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신을 거부하고,
정답과 진리는 없다고 하며,
기술 안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제는 고령이 된 시인의 작품 속에서
간헐적으로 그의 청춘이 담긴 몇 개의 문장을 발견한다.

u2의 음악이 내게 더 이상 위로와 공감을 주지 못 하는 것 처럼,
정호승 시인의 문장도 내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시집 없이 사는 것보다는
시와 가까이 사는 일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시 한편 멋있게 낭송하지는 못 하지만,
그 함축적인 의미 안에서 상상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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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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