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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루하루 이 고통과 감정 기복을 어떻게라도 풀어야하나보다. 희망과 고통이 공존하는 이 시공간을 내 머리와 가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모르겠다.
인생에서 뜻밖의 행운이 있듯이 예기치못한 불운도 있는가보다. 흔들리는 나의 신앙심 그리고 주변의 연속되는 비극들이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내가 예술인이었으면 또는 취미가 예술이었다면 조금 더 우아하고 고상하게 극복할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구나.
일요일 낮 쓰러져계신 아버지와 그 옆에 꼼지락거리는 어머니를 지켜본다. 갓난아기가 되어버린 어머니. 현대의학의 한계를 눈앞에서 접하고, 간병제도의 현실이 피부에 와닿고, 장애인의 삶이 내 가족의 일부가 되었다.
난 지금까지 잘 살아온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예전처럼 살아도 상관없겠지. 내가 의대라도 갔었어야 하나.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단 하나의 답변도 듣지 못 해서 서운함마저 든다. 역시 사람은 의사 또는 변호사가 되었어야 한다.
나 어릴적 입원했을 때 어머니는 이런 기분이었겠지. 창에서 들어오는 맑은 가을 햇살이 얄밉다. 기관절개술 이후 폐렴 위험, 고정자세로 인한 욕창 위험과 싸우고 있다. 가족도 힘들어한다는 간병 생활과 병마 투쟁을 아웃소싱하는 기분이 좋지는 않다.
어머니 두개골 흉터, 짧게 깎은 머리카락, 허벅지 피부염, 엉덩이 습진, 양다리의 근육압박기계, 양팔의 주사바늘, 목의 호흡구멍.. 그 무엇도 아름답지 않다. 이 사람이 내 어머니라는 절대 불변의 사실이 모든걸 아름답게 만든다.
가정생활, 직장생활 모두 짜증이 늘었다. 와이프와의 신경전과 말다툼, 아이들에게 버럭, 비자발적인 업무가 잦아졌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가고 있나. 이 간병 아니 이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현자의 말은 고맙다. 긍정적으로 실행해야지, 이 사람아.
난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나라는 생각은 버리고, 무엇을 하며 살다 죽을까 진지하게 검토해본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돌팔이 한의사, 심리치료사, 김한민 김영하 작가같은 노마딕 라이터, 아니면 그냥 평범한 아들이자 아빠이자 남편.
오늘은 이만 쓴다. 어머니의 팔은 무의식 중에 입 주변까지 올라오고, 오른눈은 2번 정도 크게 뜨고 좌우를 살펴보시고. 왼눈 동공은 괜찮아보인다. 병실이 조금 덥고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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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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