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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부터 코로나 때문에 재활병원 출입이 금지된 상황이다.
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병원 비대면 면회시간을 활용하여 어머니 얼굴을 뵐 수 있었다.
영상통화에서 뵙던 모습과는 느낌이 달랐다.

과거에 즐겨드시던 호두파이와 생일 축하 카드와 편지를 건네드렸다.
마스크 착용한 병원 직원이 현관문을 지키며 중간에서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제한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가족이 모여 생일잔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 조금 야속하다.
누군가에게는 무관심한 사건이 또 다른 이들에게는 절박함일 수 있다.

어머니를 직접 뵈니 여러 생각이 든다.
햇빛과 그늘이 함께 드리웠다.
표정은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 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조금 더 살이 찌셨는데, 이건 식단의 문제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수술 휴유증 또는 장기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 때문에 소화/분해 기능이 저하된 걸로 보인다.
지치고 힘들텐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치료에 임하시는 태도는 너무 감사드린다.

아버지도 너무 오랜만에 뵈었다.
전화나 영상통화를 통해 거의 매일 얘기하고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또 이렇게 직접 만나는게 좋다.
내 마음이 조금 놓이는 한편, 삶 속의 풀리지 않는 숙제들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
누가 보더라도 노인이 된 모습이었다.
차돌된장찌개를 먹으며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병, 경제, 시사, 부동산, 살림살이, 일상.

문득 내 몸과 노후를 생각하니 알코올 섭취를 멈춰야겠다.
살아남기 위해 내 욕구의 일부를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다.
가끔 십년 후 나를 생각해본다.
지금 이 업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업무와 무관하게 나는 계속 이 삶을 짊어지고 가고 있겠지.
부모님 전도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일까.

두려움, 불안, 불신, 혼란, 화, 자괴감, 좌절이란 감정들이 종종 나를 휘감는다.
소망, 사랑, 믿음, 도전, 감사, 기쁨, 성취라는 삶의 다른 면들도 잊지 말자.
곧 있으면 새벽 4시다.
잠시 모든 걸 잊고 깊은 잠에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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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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