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93 한가위

일상다반사 2021. 9. 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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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다.
3년 전, 이 맘 때쯤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멜론 박스와 정성껏 쓴 메시지를 담은 봉투를 들고 분당으로 향한다.
양재에서 차 막히는 구간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


당뇨 그리고 과체중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안타깝다.
뇌출혈 이후 여럿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신데, 현상 유지를 위한 재활에 가깝다.
아버지는 요즘 어떤 생각이실까. 그 표정을 보면 알 수 없다.
염색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백발에서는 조금 알 것 같다.


20년 초, 21년 초에는 스스로 걷고 휠체어 타고 내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했다.
곧 퇴원해서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 두분이 행복하게 사셔야지라고 기대를 해보았다.
기적은 나의 생각, 기대보다 늦게 다가오고 있고, 간병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분당 이사, 파주 처분, 병원 전원 등 하나씩 간병 가족의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다.
3년 전 옮겼던 조직에서 이제는 새로운 회사로 가는 나의 여정은 어머니의 삶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걸까.
가능하면 긍정적인 희망적인 기록을 남기고자 했는데, 오늘밤은 비도 오고 솔직하게 쓰려 한다.


내 인생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 납득할 수 없는 순간들, 반면 행복하고 사랑하고 은혜 넘치는 조각들이 발견된다.
아내와 아이들, 양가 부모님에게 어떻게 하면 덜 나쁜, 부족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또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내 책상에 앉아 와인 또는 위스키 한잔을 따른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나의 나약함이여.
마흔이면 불혹이라는데,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성경책을 훑어보았다. 종이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 구원 받으시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셔야 하는데 어떡하지.
내가 전도해야 하는데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어떻게 가야 하는건지 가끔 궁금하다.
수습이 안 되는 글의 흐름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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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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