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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A river runs throught it'이며, 내가 구입한 서적은 40주년 기념판이다.

여기서 run through 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그건 마치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가족 간의 사랑, 또는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는 자연 속 사랑을 나타내는 듯 하다. 여기서 'it'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 수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제목 번역이 좀 이상하긴 하다. 그냥 Like a river flows를 연상하게 하는 한글 번역이다.

옛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브래드 피트)는 1993년작이다.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대사도 깊이 있고 참 아름다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을 비디오가 아닌 글자로 느끼기 위해 이 책을 집었다.

저자는 영문학 교수인데,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설화했다고 보면 된다.

뒤늦은 나이에 미국 중부의 아름다운 자연과 낚시를 담은 작품을 낳았는데, 이게 대박이 난 것이다.

영어로 읽으면 더 원작의 맛을 구분할 수 있었을텐데, 번역본이다보니 입에 딱 달라붙지는 않는다.

가장 유명한 대사가 이건데: 

"For it is true, we can seldom help those closest to us. Either we don't know what part of ourselves to give or, more often than not, the part we have to give is not wanted. And so it those we live with and should know who elude us. But we can still love them -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가족의 사랑 또는 진정한 사랑을 압축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온전하게 다 이해하지 못 하더라도, 그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 뭐 이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듯 하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몇몇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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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1년 몬태나 주를 방문하던 중에 내 친구 토머스 맥구언과 함께 미국 서부의 소설가들에 대해서 논의했다. 우리는 작가의 진정성 문제, 그러니까 작가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여 알고 있는 것인지, 혹은 단지 그것을 말로만 좋아하는 것인지를 두고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월리스 스테그너, 이반 도이그, A. B. 거스리 같은 작가들의 이름이 나왔는데,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 듯이 맥구언은 이 문제를 결론지을 수 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면서 내게 노먼 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작가의 진정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게 바로 그거야.”라고 말했다. -15쪽, 로버트 레드포드의 서문

우리 집안에서는, 종교와 플라이 낚시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우리는 몬태나 주 서부의 송어 낚시 강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살았고, 아버지는 장로교 목사이면서 스스로 플라이를 엮는 낚시꾼이면서 동시에 남들에게 낚시를 가르치는 분이었다. 아버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낚시꾼이라고 우리 형제에게 말했고, 그래서 동생과 나는 갈릴리 바다 위의 일급 어부들은 모두 플라이 낚시꾼이고, 사랑받는 제자였던 요한은 그중에서도 드라이 플라이 낚시꾼일 거라고 짐작했다. -43쪽

아버지는 인간이 최초의 은총 상태에서 추락했기 때문에 그 본성이 혼잡스럽다고 믿었다. 어릴 적에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인간이 나무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은총에서 추락했나 보다 하고 막연히 추측했다. 나의 아버지가 하느님을 수학자라고 생각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느님이 숫자를 잘 헤아리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리듬을 잘 따를 때에만 힘과 아름다움이 생긴다고 믿었다. 다른 많은 장로교 신자들과는 다르게 아버지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했다. -45쪽

 

네 박자 리듬은 아주 훌륭한 기능을 발휘한다. 하나에 낚싯줄, 리더, 플라이가 물에서 나온다. 둘에 이 셋을 공중으로 곧바로 들어올린다. 셋은 우리 아버지의 설명대로라면 이렇게 된다. 낚싯줄이 머리 위에 왔을 때 리더와 플라이에 약간 지체하는 시간을 주어서 앞으로 다시 나아가는 낚싯줄을 뒤따르게 한다. 넷에 손에 힘을 넣으며 줄을 앞으로 던져 10시 방향이 되게 한다. 이어 플라이와 리더가 줄보다 앞에 서게 하여 물속으로 가볍게 떨어지는지 확인한다. 힘은 아무 데서나 발휘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진정한 힘이란 그것을 어디다 쓸 것인지 아는 데서 나온다. 아버지는 거듭하여 말하곤 했다.
“기억해라. 낚시란 말이야, 10시 방향과 오후 2시 방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네 박자 리듬이야.”
아버지는 이 세상과 관련된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주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가 볼 때, 모든 좋은 것들-송어낚시나 영혼의 구제나-은 은총에서 나오며 그 은총은 기술이 가져다주고 마지막으로 그 기술의 습득은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48쪽

나는 이 협곡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아주 따뜻한 감정을 품고 있으나, 내가 낚시하기에 이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여기서는 낚싯줄을 멀리 던질 줄 알아야 유리하다. 게다가 낚시꾼의 바로 뒤에는 절벽이나 숲이 있어서 낚싯줄을 반동 없이 앞으로만 던져야 했다. 그것은 투수가 와인드업 동작 없이 공을 던져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플라이 낚시꾼은 소위 ‘말아던지기(롤 캐스트, roll cast)’를 해야 하는데, 일종의 고난도 기술로서 나는 그것을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했다. 낚시꾼은 반동 없이 낚싯줄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것을 말아 쥐고 있다가 던져야 한다. 짧은 거리에서 아치 모양을 그리며 낚싯줄을 강물 위에 펼쳐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한다. 낚시꾼은 길게 던지기 위하여 방금 던진 것을 회수함으로써 가외의 낚싯줄을 모아야 한다. 그가 천천히 줄을 잡아당기자 상당히 많은 양의 줄이 물속에 잠겨 있었고, 마침내 물에서 다 빠져나오자 느슨한 절반쯤의 고리를 이루었다. 줄을 던지는 팔을 곧추세우고 손목에 힘을 주어 들어 올리자 그 고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1시 30분 방향을 가리켰다. 이제 그의 앞에 상당한 줄이 올라가 있었으나 그걸 높이 들어 올려 강물 위로 내던져 플라이와 리더가 줄 앞에 서게 하려면 낚시꾼은 혼신의 힘을 다 짜내야 되었다. 그의 팔뚝은 피스톤이고, 손목은 빨리 돌아가는 리볼버였으며, 강한 펀치를 먹이기 위해서는 그 줄에 온몸의 체중을 실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물속에 있는 가외의 줄이 마지막 순간까지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던지기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공격에 나선 방울뱀의 자세와 비슷하다. 꼬리의 상당 부분을 똬리 틀어서 땅에다 두고서 그걸 바탕으로 상대방을 타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아던지기 기술은 내게는 언제나 어렵기만 했다. -65쪽

 

낚싯줄은 내 머리 위로 높고 부드럽게 날아갔다. 바람 속에 흔들리는 낚싯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나는 흥분이 되었으나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팔을 잘 통제했다. 낚싯줄이 앞으로 나아갈 때 그 줄에 힘을 넣지 않고 계속 떠나가도록 놔두었다. 내 눈, 두뇌, 혹은 팔 어디엔가 있는 수직 잠망경이 저 플라이가 가장 가까운 버드나무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고 알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어 낚싯줄에 확인 던지기를 하면서 그 줄이 급전직하하게 만들었다. 플라이가 수면에 떨어지기 10 내지 15피트 전에 낚시꾼은 그 던지기가 완벽한지 혹은 약간의 오차 수정을 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안다. 던지기는 너무 부드럽고 완만하여 마치 벽난로 굴뚝 속의 재가 사뿐히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조용한 감동 중의 하나는, 영혼이 잠시 당신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서 당신이 우아하게도 뭔가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 물건이 물 위에 떠다니는 재(플라이의 비유-옮긴이)일지라도 말이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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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낚시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흥미도 없다.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우아하고 웅장한 강물살 옆에 살아야 자연스럽게 낚시를 접할 수 있는 듯 하다.

가끔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시골이 아니라, 프랑스와 같은 유럽의 시골을 상상해본다.

반평생 도심 속에서 지낸 사람의 철없는 투정일까.

저자는 낚시를 또 다른 차원의 예술 행위로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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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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