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주 가족여행에서 처음으로 한옥 처마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모든 것이 순간 멈춘 기분이었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관련하여 여러 한옥 서적을 들었는데 주로 디자인 자랑, 이론서, 홍보 등 특정 관점에서 서술된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읽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몇몇 문장은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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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인간이 살기 위한 1차적인 주거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자연속의 선경에 어울려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집 주위에 산재해 있는 바람, 들, 풀 그리고 하늘을 포함한 모든 자연요소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한옥은 작위가 가해지지 않은 상태의, 부드럽고 고요하며 티 없이 맑은 순백색의 은근한 멋을 풍긴다
한옥의 선은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초가의 선은 뒷산의 모양을 닮았고 기와의 선은 양끝을 잡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늘어져있다
한반도의 가옥은 옛날부터 더위와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 즉 마루와 온돌을 가지게 되었다
흙은 단열효과나 축열성능이 뛰어나 추위와 더위의 차이가 심한 지역뿐만 아니라 항시 덥거나 추운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탁월한 재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촉각에 예민한 이유의 상당 부분은 온돌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루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여러 기능을 수용하는 다목적공간인 데 비하여 거실의 기능은 각 기능을 분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종이를 안 쪽에 바르는 까닭에 아무리 강한 햇빛이나 달빛도 창을 통과하면 강열함이 줄어 어스름의 공간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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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현대인이 거주하기에 참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자연과의 친밀도를 나타낸다고도 한다.
TV에 나오는 가족드라마 또는 주말드라마의 거주공간은 한옥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느덧 성냥갑 삶에 익숙해졌지만 본능적으로 한옥 냄새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평점은 5점 만점에 3점.
한줄서평은 "일상의 점, 선, 면을 깊고 묵직하게 느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