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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표현이 딱 맞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현대사 현장을 투어하는 기분은 새롭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그들에게도 언젠가 시진핑 주석의 공간이 개방되길 바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고전미, 그리고 유무형 문화재들도 엿볼 수 있었다.
외교와 국정의 중심지답게, 무게감있게 잘 가꾸어놓은 공간이었다.
초반부에 영빈관은 아쉽게도 놓쳤고, 본관과 관저 그리고 춘추관으로 마무리되는 코스도 훌륭한 산책로였다.
북악산 언저리다보니 다소 오르막길이 있는데, 무릎이나 발목 안 좋으신 어르신들은 조심하셔야 할 듯 하다.
중간중간에 비치한 정수기도 훌륭했다.
무료 정수기라니... 역시 한국은 선진국이다.
(화장실도 돈 내야하는 유럽이었으면 물 한잔에 1유로 받았을 것이다)
박근혜의 재택근무, 문재인 자녀/손주의 아빠/할아버지 찬스 등의 흑역사 장면들이 떠올랐다.
이러한 좋은 공간을 과감하게 내어준 윤석렬 대통령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
한번 들어가면, 너무 좋아서 나오기 힘든 공간으로 보인다.
풍수지리적으로 당연히 좋은 자리겠지만,
국민들 삶의 현장에 동떨어져 옛 임금들처럼 점점 더 성 안으로 파묻혀 들어갈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리가 대통령인데,
얼마나 많은 비리, 비선, 유혹이 있을까 싶다.
전직 대통령들의 말로가 안 좋아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암살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보내거나 탄핵시키지는 않는 듯 하다.
선례가 생기면 그 역사가 반복될 확률이 너무 높고,
나름 대통령이라고 국민이 뽑았는데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노후가 없다면 그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은 다소 불행할 것이란 것을 미국인들은 이미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나라 정계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아무런 기능을 못 한다.
미국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무엇이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정치를 위해 옳은 것이었을까.
결국 긴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게 되리라.
경복궁, 청와대, 그리고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구도심 투어의 동선은 아름답다.
돌담길, 그리고 낮은 고도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차량 지옥이지만, 대중교통은 효율적이다.
5년여 만에 가본 경복궁 일대는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듯 하다.
가을 하늘이 특히 맑고 시원했으며,
단풍진 모습은 아직 없었다.
낙엽 속에서는 더 운치 있겠지.
아내와 십여년 전 삼천동 데이트도 종종 했었는데,
(물론 그때의 건물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멋진 도심 데이트 코스이다.
황생가 칼국수는 8년 연속 미슐렝 빕구르망을 인정 받고 있다.
처음 가본 장소인데, 내가 평소 가본 명동교자 칼국수 등과는 다른 식감이었다.
칼국수는 잔치국수처럼 너무 무겁지 않았으며,
만두는 수제왕 손만두 크기지만 속은 씹히는 맛이 아주 부드럽고 즐거웠다.
김치는 자극적이지 않게 신선한 식감이었으며, 백김치도 훌륭했다.
웨이팅이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은 넘지 않은 듯 하며,
저녁에 와서 저녁 메뉴도 함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분들 친절함도 갖추고 있어, 만족스러운 맛집이었다.
광화문 일대의 직장인들은 회식 장소로 종종 찾을 듯 하다.
옛 추억 가득한 거리에서,
가을을 듬뿍 머금고 돌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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