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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과학기술혁신 시리즈'라고 적혀있다.
얇지만 최근 동향에 대한 개요가 잘 정리되어 있다.
산학 협업을 하는 교수 3명이 정리한 내용이라 그런지,
너무 기술적이지도 않고 너무 마케팅스럽지도 않다.
리디북스 e북으로 가볍게 훑어내려갔다.
교보문고 홈피에서 일부 발췌하고, 내가 메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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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고성능 자율주행 칩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논의했다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때만 해도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 설계는 반도체 제조사에만 중요한 영역이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완성 차 업계까지 뛰어들고 있습니다. 갈수록 반도체 설계 역량이 제품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선도적으로 칩 제조에 뛰어든 기업이 실제로 경쟁사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수직 통합 추세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앞으로도 칩 설계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혁신의 지렛대로 깊게 작용할 듯합니다.
-29쪽
첨단 D램 메모리 공정의 경우 완성한 반도체 웨이퍼 하나에는 2,000여 개 이상의 칩이 들어 있습니다. 전공정에서 만든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잘 연결하여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려면 완성한 기판 상층부에 전기 도금 공정으로 금속 배선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후 여러 미세 패턴이 얽히다 보니 평탄하지 않은 표면을 화학적, 기계적으로 연마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CMP하고,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섞인 불순물도 제거합니다.
-67쪽
설계와 장비 분야는 미국, 전공정은 한국과 대만, 후공정은 대만과 중국이 잘하고, 첨단 소재 분야는 일본이 잘합니다. 첨단 반도체 설계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요. 다만 D램 설계만은 한국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와 설계 자산 코어IP core는 미국과 영국이 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87쪽
첨단 공정에 해당하는 10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대만과 한국뿐입니다. 미국은 생산할 수 없는데, 미국은 바로 이 부분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 역량을 북미 대륙으로 가져가고 싶을 겁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입니다.
-91쪽
한편 전 세계 저마늄 원석 채취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르코늄과 하프늄을 분리하는 공정 및 공급 체계를 장악한 나라는 러시아와 캐나다인데, 이들에 따른 공급망 이슈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자외선 공정용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 석영quartz, 포토레지스트는 대부분의 나라가 일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이 D램 메모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이것을 공급망을 교란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99쪽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수출 규제와 중국의 공급망 교란이라는 위기 앞에서 한국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가 고민하고 답해야 할 질문들 중 먼저 중국에 관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 측면에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역량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부터 3년 안에 5나노 공정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육성을 제약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중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할까요? 그리고 과연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어느 수준까지 구축할 수 있을까요?
-100쪽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주요 격전지는 어디가 될까요? 지금 주목받고 있거나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에 기반하여 2023년 하반기부터 대유행하고 있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는 무엇보다도 방대한 데이터 처리, 멀티모달multi-modal 정보 해석 및 추론, 그리고 예측과 생성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AI는 형태가 다양하고 규모가 거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계산 자원의 수요를 급증시키는 주요인이 될 것입니다.
-113쪽
반도체 기술은 물리학,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혁신이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되면서 진보합니다. 앞으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어떤 지식이 중요해질지, 그 지식을 어떻게 축적할지 예측하고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하겠지요. 예를 들어 응집물질물리학이나 고체물리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저차원low dimensional 물질,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 준입자quasi-articles를 비롯한 비전자non-lectron 신호 전달 체계에 대한 연구가 미래 반도체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116쪽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가가고 있는 현실도 반도체 다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입니다. 과거에는 반도체 종류와 상관없이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 집적도를 높이면 칩 성능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작아질 대로 작아진 소자를 더 작게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소자 수준이 아니라 아키텍처를 최적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앞으로 사용 환경에 맞춰 아키텍처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AI 반도체 라인업이 탄생할 것입니다.
-123쪽
오늘날 반도체 분야의 기술 혁신은 로직, 메모리, 아날로그 3가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기술 동향은 칩과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 년 동안 철저한 분업 구조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중략) 그런데 최근에는 최종 제품 생산 기업을 중심으로 수직 통합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선도 기업은 애플입니다.
산업계와 학계 모두 앞으로 컴퓨터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중략) 비(non) 폰 노이만 구조의 하드웨어를 가속기(Accelerator) 또는 주문형 반도체(ASIC)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로직과 메모리의 물리적 구분을 없앤 인-메모리 컴퓨팅 구조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모리를 로직 요소에 집어넣거나, 로직과 메모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PIM 기술은 기존 방식 대비 2배의 성능 개선과 3배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달성한 상태로 보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칩을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D램 메모리 칩은 SK하이닉스 2세대 10나노급 공정 기준으로 500~600개 공정 과정을 밟고, 전공정에 약 100일, 후공정에 10일이 소요됩니다. 1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 분기, 즉 3개월이 조금 넘습니다.
저는 한국의 파운드리가 첨단 공정에 지나치게 초첨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계에서 성숙 공정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3나노, 5나노 같은 값비싼 첨단 공정은 필요하지 않고 10나노 이상의 적당한 수준이면 만족하는 고객이 많습니다.
TSMC의 생태계에는 제품군 특성에 맞게 무려 26개에 이르는 디자인하우스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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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현대사회의 쌀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제는 그 쌀을 재배하기 위해 어떤 사료와 농작법이 쓰이고 자금 조달은 누가/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해졌다.
경운기는 어디 제품을 사용하고, 새참의 재료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세부적인 관리의 영역에 들어간 듯 하다.
지난 약 30여년간 지속되었던 글로벌화의 따뜻한 기류는 사라지고, 저성장/고령화 추세에 맞춰 지역 또는 또래 간 연합이 강해진다.
되돌아보면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전세계가 어느 정도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 경제, 국가의 개방 그리고 변화에 모두가 함께 올라타서 그 과실을 나누었다.
이제는 아.마.도. 예전의 그러한 윈-윈 모델은 나오기 어려울 듯 하다.
한국의 경제 모델을 조금 이해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뷰가 달라질 수 있다.
역사는 해석이고,
경제, 시사, 정책 또한 그러하다.
각자의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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