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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잘가요 언덕'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한때 최고의 배우였던(?!) 차인표의 소설인데, 최근 옥스포드 대학교의 한국학 강의 참고자료로 채택되었다 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차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여전히 희망, 사랑, 따스함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 듯 하다.
아주 바람직한 크리스쳔의 세계관이라 생각한다.

교보문고 홈피에서 발췌한 책 속의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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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64~65
크고 밝은 별들 사이에 떠 있는 희미한 별 하나를 가리키며 순이가 묻습니다.
“용이야, 저기 저 노란 별 보이니? 난 저 별을 엄마별이라고 불러. 엄마가 거기에 살거든.”
용이는 순이가 가리키는 대로 바라봅니다. 용이가 보는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똑같이 반짝거립니다. 순이가 어떤 별을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별?”
“저기, 칠성별이랑 북극별 사이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노란 별. 제일 따뜻해 보이는 별.”
순이의 눈에는 따뜻한 별이 바로 보이는데, 용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봅니다.
“어디? 어떤 별이 제일 따뜻한 별인데?”
순이는 자신에게는 보이는 엄마별을 용이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어. 자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은 별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지켜본다고. 사랑하는 아이를 따뜻한 별빛으로 돌보아 주는 거라고…… 언젠가 아이도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할 거라고.”

2) P.70~71
어머니, 저 가즈오입니다. 편지에 홀로 헛간을 고치셨다는 소식에 많이 괴로웠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께 무거운 짐을 지게 해 드리고, 저 혼자만 대의명분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자책하게 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일본에 있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서 도와드렸을 텐데, 얼마나 힘드십니까.
(...)
어쨌든 저는 대일본제국군의 장교로서 조국이 저에게 요구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2년 반 남았습니다. 2년 반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아픈 발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합니다.


3) P.135
일본 병사들이 순이에게 다가오는 순간, 촌장님 곁에서 훌쩍거리며 서 있던 훌쩍이가 순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안 돼. 못 데려가.”
“이 자식은 뭐야? 죽고 싶나? 비켜.”
병사 한 명이 훌쩍이의 가슴에 총을 겨누며 엄포를 놓습니다.
“못 비켜. 너네가 비켜.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람을 물건 옮기듯 데려간다는 거야! 너네가 순이 아빠냐? 엄마냐? 니들이 도대체 뭔데 순이한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거야? 다 가, 가 버려. 너희들…… 안 가면, 진짜 혼난다. 용이한테 말할 거야. 용이가 돌아오면 너희들 다 혼내 줄 거야. 용이가 니들 궁둥이 한번 걷어차면 일본까지 날아간다.”
다케모노가 권총을 들어 훌쩍이를 겨눕니다. 훌쩍이는 어쩌면 그 권총이 곧 발사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훌쩍이는 단지 훌쩍거릴 뿐이지, 바보가 아닙니다.

4) P.194~195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용이가 다시 침묵합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입니다.
(...)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띄엄띄엄 말을 잇는 용이의 얼굴이 깊은 외로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잠잠히 순이의 말을 듣고 있던 용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용이는 그 눈동자로 말없이 순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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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 최고의 선 (최선)을 다하려 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at th end, 결국엔, 마침내, finally,
마지막은 사랑이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세달에 걸쳐 조금씩 주말 커피숍에서 읽어나간 소설집이다.
평소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또는 못 하는) 내게는 
작은 도전이면서 소소한 성취감이기도 하다.

대립과 양단의 시류 속에서
이러한 작품은 뜨아(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와 같은 기능도 한다.

차한잔 하면서 일상의 바쁨을 잠시 내려놓아보듯이,
훌륭한 소설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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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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