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남편된 입장에서, 항상 아내에게 고마운 한편 미안한 마음도 든다.
사랑하면 할수록 왠지 모를 측은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내된 사람이 남편에게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서정홍 시집은 처음 읽었는데, 일상언어 속의 부드러움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너무 여성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투박하지 않은 필체는 정겨웠다.
시 안에서 소주 반잔 마시고 쓴 느낌을 받아 내 가슴이 아련해졌다.

 

내 정서를 후벼판 몇몇 시를 메모해보았다
>>>

값비싼 안주가
값비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고
값싼 안주가
값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다

 

 

산다는 게
기다림이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흩어지는 바람이었다가
끝내 버릴 수 없는 실낱 같은 꿈이었다가

 

 

멀건 대낮에
여성회관 알뜰회관 교육회관으로
취미교실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로 기댈 언덕조차
스스로 무너뜨리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냥그냥 꽃같이 아름다운 사람
오늘, 완행버스처럼 푸근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우리들의 축구시합
나누어 마신 막걸리에 모두들 얼큰하게 취해
누가 이기고 졌는지 알 수가 없네

 

 

수영이는 시인이다
누가 시인이라 부르지 않아도
비록, 그 흔한 신문에
이름 한 번 실린 일 없어도
주물공장 쇳물보다 더 뜨거운 가슴으로 산다
>>>

 

 

책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다.
한줄 서평: "내 인생의 시상(詩想)과 영감은 아내이다"

반응형
Posted by ThyArt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