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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잔잔한 울림이 있었다.
사내 도서관에서 나름 집중해서 읽어내려갔다.

생물학자 최재천과 동명이인인 민주당 2선 국회의원이 이 책의 저자이다.
솔직히 둘 다 누군지 잘 모른다.
사시 출신의 법조인이며, 현재 나이는 60대로 나온다.


변호사라서 그런지, 확실히 글에 힘이 있다.
제목부터 맛깔나게 뽑아낸 듯하다!
실패를 해낸다...니 얼마나 신선한 표현인가.

교보문고 홈피에서 발췌한 책 속의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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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제공되는 실패에 대한 ‘기본서’다. 초안을 잡기 시작한 지가 2016년이다. 그러니 무려 6년이라는 세월이 소비됐다. 6년 동안 실패라는 단어를 화두 삼아 살아왔다. 말이건, 글이건 그저 실패를 키워드 삼아 실패 사례를 채집하고, 실패에 대한 생각을 긁어모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부유하는 실패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고, 단순화시킨, 비록 작지만 하나의 실패 종합서이자, 기본서가 되었다.
-p.14

사회와 나라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마음껏 실패하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정하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사람과 사회와 나라가 실패를 ‘잘’ 해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p.14

세상은 철저히 관계망으로 구성된다. 어디까지가 내 책임이고, 혹은 다른 이의 책임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실패의 책임 원칙은 내가 잘못했을 때만 내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그리고 내가 한 일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했는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결과에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내가 잘못한 만큼만 책임을 져야 한다.
-p.31~32

게임의 참여를 내가 결정했을까? 아니다. 등 떠밀려 참여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데 나도 참여했을까? 아니다. 대부분 주어진 규칙일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규칙에 전적으로 동의했을까? 이해하고 동의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하거나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뛰어든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것도 나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보편적인 목표, 보편적인 규칙, 보편적인 제도는 존재한다. 그 보편성을 전적으로 수용해야만 할까. 그건 아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는 하늘 아래 가장 귀한 존재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와 노력은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다. 그래서 인생을 경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p.47

인생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실패와 성공이 교차해 가며 나의 본 모습을 그려 나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하나하나의 행위와 그 결과에 집착하고, 조급증에 빠진다. 실패는 의무이자, 권리이자, 자유임에도 누군가는 실패라는 족쇄, 성공이라는 강박에서 살아간다.
-p.87~88

넘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일어날 수도 있다. 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어서는 것은 본능이자 인간의 본질이다. 때로는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자. 얼마간의 숙려를 거쳐 일어나도 충분하다. 결코, 늦지 않다.
-p.102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능력에 대한 평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대한 평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평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분명한 구분, 자기 비하도 오만도 아닌 자신에 대한 정직한 측량들이다. 이것이 새 출발을 가능케 한다.
-p.189

경제적 고립과 배제는 이미 범세계적이다. 한국은 세계 10대의 경제 대국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그만큼 행복한가. 그만큼 안전한가. 그만큼의 사회적 안전망은 촘촘하게 짜여 있는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자신의 열정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조건은 충족되어 있는가. 누구나 똑같이 평등하게 성공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공정한 과정을 밟아 갈 수 있는가.
-p.215

어느 누가 실패를 장려하겠는가. 장려하는 실패는 정면승부와 같은 ‘정면실패’다. 멍청한 실패가 아니라 ‘똑똑한 실패’다. 질문의 크기가 생각의 크기다. 실패의 크기가 도전의 크기다. 도전의 크기가 상상력의 크기다. 상상력의 크기가 바로 당신의 인생관이요, 세계관이다.
-p.227

인간은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적응을 통해 진화로 나아간다. 자나 깨나 늘 꿈을 꾼다. 상상력을 현실의 문제로 치환한다. 그러곤 도전한다. 창조적이다. 추진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실패한다. 복원하는 힘이 있다. 강력한 회복력이다. 다시 태세를 정비한다. 출발한다. 새롭게 도전한다. 또다시 실패한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한 인간의 삶이자, 보편적 삶이다. 우리네 인생이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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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좌절감에 침몰되어 있을 때, 힘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얇은 서적이다.

모두가 '성공'과 '대박'을 이야기할 때, '실패'를 깊이 있고 탄탄하게 정리해간다.
최고의 성공학 서적은 바로 이런 작품을 두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자기계발서, 성공학 관련 서적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수필집이다.

내려놓음, 체념, 자기만족, 쉼을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모순적인 내용일 것 같으나, 저성장/저출산 시대에도 잘 들어맞는 듯 하다.

나의 실수와 실패, 아이들의 도전과 실패를 대할 때,
더욱 여유있고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적절한 거리감을 두고, 멀리서 드넓게 바라보자.

헛. 헛.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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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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