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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이룬 성취는 부분적으로는 D램 시장에서와 비슷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는 시장의 단순함을 인정하고,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차지함으로써 경쟁 업체를 고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낸드 시장에서는 D램의 전략을 사용하되 마켓의 흐름을 읽어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낸드와 다른 하드웨어 등을 섞어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는 강력한 수직계열화로 뒷받침되었다."

"이렇게 왕좌에 올라간 인텔이었지만, 인텔은 석유 독과점 기업들처럼 그 과실을 여유롭게 누릴 수 는 없었다. 외부 위탁 제조 생산을 취소시켜 NEC, TI 등의 거대한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AMD가 포기하지 않고 CPU 자체 설계를 시작했다는 것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과거의 인텔이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장의 특성 때문이었다. CPU는 사실상 수명이 무한했기 때문에 인텔의 신형 CPU가 구형 CPU보다 좋지 않다면 수요를 창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텔은 투자를 줄이고 독점 시장의 수익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올해의 물건은 작년의 문제보다 가치가 높아야만 했다."

책 표지


"반도체는 설계도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도체 실물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해야만 한다. 이미 만들어진 설계도를 바탕으로 위탁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 역시 점점 규모를 불려나가게 되는데, 이를 파운드리Foundry라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설계 전문 회사와 파운드리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첨단 공정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으나, 자사 설비만으로는 가동률을 높일 수 없던 수많은 반도체 회사가 설계와 제조로 분업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두 식당이 따로 자재 조달과 요리를 하는 모델에서, 두 식당이 약속하여 한 명은 자재만 조달하고, 다른 한 명은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분업화 덕분에 팹리스들은 무거운 자본 투자의 짐을 줄여 경영상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 맞춰 빠르게 체질을 전환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이 모델은 낸드 셀의 성능이 같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인데, 기술적으로 열위에 있는 중국 회사들의 낸드가 글로벌 제조사들과 맞먹는 수준의 셀 읽기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므로 웨이퍼를 한 장 더 써서 얻은 IO 성능은 결국 셀 성능 부족에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낸드는 쉽게 말하면 톨게이트만 20차로로 늘려놓은 고속도로와 같다. 톨게이트가 넓으니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속도 자체는 빠르겠지만, 톨게이트 통과 뒤에 이어지는 2차선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가 80km/h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속도로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총합이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얼마나 빨리 통과했느냐가 아니다. 톨게이트를 통과했는데 정작 고속도로가 밀리고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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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가 읽기 딱 적합한 수준의 책이다.
삼성전자 주주이거나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주라면 한번은 읽어볼만하다.
저자는 삼성전자가 걸어온 길(기적에 가까운 일), 인텔의 전략 등 IDM 생태계를 설명한다.
이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산업과 대표 기업들을 소개하며, 글로벌 반도체 역학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다.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에 주목해야 할 주요 기업들의 동향도 간략히 소개한다 (엔비디아, TSMC, ARM 등).

중국 반도체 굴기를 설명하고 그 가능성과 위협을 짚어보는데,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언론에서 접하는 이야깃거리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에 준하는 눈높이에서 분석한 내용이라 만족스럽다.

내가 반도체 관련 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한두 쿠션 거치면 조금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한편,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K콘텐츠, K바이오 등 요즘 유행하는 K시리즈 중에 가장 첫째는 K반도체였다고 본다.
앞으로 반도체 관련 서적을 몇 권 더 읽고 배우고 싶다.
현대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정말 대단하다. 나노기술의 끝판왕이자, 국가전략산업의 핵심이다.

조금 더 긍정적인 한국의 미래를 그려본다.
한강 기적의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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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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