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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을 뜻하기'​
'밀물과 썰물이 하루 두 번씩 반복되는 건 알았지만, 만조와 간조 시각이 매일 정확히 49분씩 늦어진다는 것은 몰랐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시간이 24시간 49분이기 때문이다. 매일'​
'중요한 결정일수록 서글프다. 혼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난 유학 초기에 도시락을 까먹으며 내린 그 결정만큼이나 고독한 결정을 했다'​
'문학과 예술이 ‘단언적’이라면 학문Wissenschaft은 ‘담론적discursive’이다. 합리성에 근거한 논리적 설득이 학문적 정당성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화하여 해체해야 재구성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내 일상의 행동을 규정하는 맥락에 관해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단순화할 수 있다'​
'아무튼 ‘관계 과잉’의 삶을 수시로 ‘탈맥락화’해야 내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다. 타의에 의해 ‘탈맥락화’되는 순간에도 그리 당황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이 자주 꼬이는 이유는 ‘질투’와 ‘열등감’ 때문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질투가 외부를 향한다면 열등감은 내부를 향해 있다'​
'유대인이 위대한 이유는 노벨상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다. 인종적 열등감을 풍요로운 상상력의 원천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부딪히면 돌아가는 ‘곡선’을 심리학적으로는 ‘관대함’이라 한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장 못하는 거다. 이렇게 ‘곡선의 섬’에서 ‘직선의 삶’에 관한 메타 인지적 통찰을 얻는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군대(20대)’, ‘독일 유학(30대)’, ‘교수 생활(40대)’, 그리고 ‘일본 유학(50대)’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그리 힘들고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나름 재밌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내가 어떻게 그 생활을 견뎠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특히 사 년에 걸친 오십 대의 일본 유학은 정말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해가 지면 어쩔 줄 몰라 하며 헤매고 다녔던 교토 아라시야마 강가의 밤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난 내 스스로가 참으로 기특합니다. 난 ‘자뻑’이 아주 심합니다. 외로움...'​
'지난 일을 평가할 때 ‘가장 좋았던 일peak’과 ‘가장 마지막 일end’이 그 경험 내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면 ‘정점’과 ‘종점’을 제외한 일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평생 좋아하며 듣게 되는 음악은 청소년기가 끝나고 청년기가 시작되는 20세 전후에 들었던 것이 대부분이라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정서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절에 듣는 음악인 까닭이다'
'사회는 ‘담론적’이어야 하고 삶은 ‘단언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다. 자꾸 ‘담론적’이 되어 흔들리는 섬에서의 내 미래를 안도현 시인의 시 「바닷가 우체국」을 다시 꺼내 읽으며 위로한다'
'사무직에서 일했던 사람일수록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인생에는 노동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해야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turn-taking’다. 타인의 ‘순서turn’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자! 자신의 ‘좋은 것’이 명확지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 거다. 요즘 여수의 내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삶은 계란’이다'
'단언컨대, 책은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읽으려고 책장에 꽂는 겁니다! 책장에 책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뜻입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볼 때마다 삶의 의욕이 팽창되는 것을 느낍니다. '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쓴 말년의 역작 『공간의 생산』의 핵심 내용이다. 공간은 그저 비어 있고, 수동적으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공간은 매 순간 인간의 상호작용에 개입하고, 의식을 변화시킨다. '
'공연한 불안’에 대처하는 내 나름의 해결책은 걱정거리의 내용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는 일이다. 제목을 붙여 적다 보면 걱정거리는 ‘개념화’된다. 내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아무 ‘쓸데없는 것’임을 바로 깨닫게 된다. 아주 기초적인 셀프 ‘인지 치료’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기호sign’와 ‘상징symbol’을 매개로 내면화된 결과가 ‘생각’, 즉 ‘내적 언어’라는 겁니다. 책은 이 같은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내 공간충동의 최종 목적지는 ‘자신과의 내적 대화’, 즉 ‘생각’입니다.'
'더 중요한 자유가 있다. ‘시선의 자유’다. 이건 한국 사내들에게 매우 절박한 자유다. 평생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기 때문이다.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것은 없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군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며 평생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수시로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전제들을 성찰하며 상대화해야 명함이 사라져도 당황하지 않는다. ‘탈맥락화Dekontextualisierung’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탈맥락화’는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철학에서는 ‘자기 성찰’이라 하고, 심리학에서는 ‘메타 인지meta-cognition’라 한다. 미술에서는 ‘추상Abstraktion’이라고 한다.'
'배 이름은 ‘오리가슴’으로 했습니다. ‘오리가슴’은 ‘오르가슴’의 한국식 표현입니다. 육체적 오르가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신적, 지적 오르가슴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오리가슴’을 내 그림에 빠짐없이 낙관처럼 그려 넣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며 살겠다는 내 의지의 확인입니다. 내 배도 그림 그리듯 그렇게 즐겁게 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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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국내도서

저자 : 김정운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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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에디톨로지는 과도기였다고 하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잘 정제되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단숨에 읽었다.
오리가슴, 미역창고 등 저자의 단어 속 장난이 즐거웠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내 삶의 방식은 담론적이 아니라 단언적이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기간의 정점과 종점만이 기억에 남는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의를 두려고 애쓰지만, 카메라처럼 스냅샷들 위주로 잔상이 생긴다.

사무직으로 PC 앞에서 수년간 일한 나는 은퇴 후 내 손과 발로 직접 하는 업을 가질 계획이다.
목수, 작가, 화가, 통역/관광 가이드, 복덕방, 법률사무소 등 그 무엇이든지 좋다.
의사소통에서 나는 얼마나 turn-taking에 미숙한가! 나보다 다른 이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내 사무공간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공간의 변화가 인생의 차이를 나을 수도 있다.
지금 고층의 창가 자리를 충분히 누리고 활용해보자.
맑은 날, 유리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면 자유, 개방감을 느낀다
집 베란다에 멍 때리기 간이 의자를 장만해도 좋다.

간만의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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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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