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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있다.

내게 단편소설을 쓰라고 하면, 우리집 앞에 위치한 3~6개월 주기로 주인이 바뀌는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제는 하도 자주 바뀌어서 간판, 메뉴 포스터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삼겹살, 순두부, 해장국, 수입산한우 등 여기를 스쳐간, 한때 큰꿈을 갖고있던 자영업자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들이 인테리어, 부엌, 간판 등을 바꿀때마다 허공으로 날아간 수천만원이 떠오른다.

그 자리가 얼마나 안 좋은 입지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누군가의 입질로 식당 공사를 시작했겠지.

작년까지는 몇번 가보았지만 이제는 모든 맛이 뒤섞여 아무 맛이 아닌 상태가 되자 더 이상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형병원/대학 사거리이지만 조금만 핵심상권에서 벗어나면 얼마나 황량한지 이 식당을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다.

길 하나 더 건너거나, 건물 옆으로 조금만 돌거나, 입구가 구석에 있으면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부엌이나 식탁 구조를 재배치해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는 아직 파스타, 피자, 햄버거 같은 양식메뉴를 취급하지 않았다.

동대문구와 중랑구 사이의 희미하게 연명하는 골목상권의 일상이 이렇지 뭐"


생각나는대로 써보니 주인공(또는 관점)이 없는 이야기가 되었네.

소설이 쉽게 쓰여진다면 모두가 전문 소설가이겠지.


소설도 미드처럼 재미있고 쉽게 소비될 수 있음을 김영하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스낵컬쳐가 이 시대의 트렌드라면 그의 단편소설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미드 몰아보기/정주행/binging처럼 그의 작품을 하나씩 스테이지 클리어하는 중이다.

한때 움베르토 에코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정주행했는데, 이제는 번역서보다는 한국문학이 더 끌린다.

한국어만의 본래 맛, 찰진 어감, 리듬이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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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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