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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여는 길.

황제가 하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영원할 것 같던 푸른 하늘이 흐려지고 세 마리 용이 꿈틀거리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이제 나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저주한다. 전국민 권장도서가 되어버린 허접한 번역서일 뿐이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그냥 편안한 푹신푹신한 소파이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굳이 좋게 표현하면 '균형 잡힌') 이야기 전개는 평생 이문열에게 부와 명예를 주었다. 

 

  

삼국지는 실화를 근거로 후대의 뛰어난 붓들이 그려낸 대서사시이다. 

붓에 따라 그려지는 그림이 다양할 수 있는데, 한국에는 이문열 삼국지만 존재한다.

 

 

 

 

이 만화는 일본 저자의 뛰어난 이야기 전개를 기반으로 '조조'를 삼국지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난세의 간웅에 불과한 '조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신선하다. 아니, 대담하다.

유비 중심의 삼국지 번역서들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걸까.

덕(德)을 상징하는 유비 vs. 재(才)로 가득한 조조 간의 경쟁 구도는 단순히 선과 악의 싸움으로 볼 수 없다.

 

 

 

 

36권으로 구성된 이 만화를 읽으며 나는 정말 행복했다.

개성이 뚜렷한 수많은 등장 인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원래 삼국지에는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독자마다 삼국지에서 발견하는 이상형이 다르다.

나는 '순욱'과 같은 전술가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10대에 읽는 삼국지를 30대에 다시 읽는 기분은 신선하다.

'꿈90% + 현실10%'로 가득했던 나의 10대에 '유비'가 더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허나 '꿈49% + 현실51%'이 되어버린 내 30대에 '조조'란 인물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 90%는 유비보다는 조조에 가까운 인물형이다.

임원이라 함은 재능, 지략, 천운, 건강을 모두 갖춘 인재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군사이자 장군들인 셈이다.

이 시대는 조조를 원하고 있다. 아니, 안타깝게도 조조만 살아남을 수 있다.

 

 

 

20년 후(나의 50대)에 삼국지를 다시 읽으면

누가 내 꿈 속에서 나타날까...

손권? 곽가? 하후돈? 관우? 조운? 공명? 장비? 동탁? 여포?

누가 내 마음을 사로잡을지에 관계없이, 나는 분명 삼국지 이야기 속에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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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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