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시간을 통과해 나가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지 않았다. 바다는 늘 처음 보는 바다였다. 바다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
섬에서, 소형어선의 엔진과 작은 물고기의 내장과 노인들의 유모차는 동일한 계통발생에 놓여 있다.
그 자체는 획이 굵고 기교를 드러내지 않는 안정된 예서였고 역사의 들판을 향하여 직접 외치는 강력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공 속에는 인간의 모순된 열망들이 수용되어 있다. 공은 전쟁과 놀이, 다툼과 공존의 구형이다. 공은 상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내가 일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고도 정당하다. 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
끈과 밧줄을 발견한 인간은, 인간의 몸과 노동을 외계 속으로 그리고 다른 인간의 몸속으로 확대시키고 연결시킨, 위대한 선구자일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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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김훈 그의 이름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집을 먼저 접했지만, 그 속에서 특유의 묵직함, 남성성, 고증/사실추구 등 그의 기풍을 엿볼 수 있었다.
라면, 공, 끈, 밧줄 등 일상의 잡것들에서 여러꺼풀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는 흡사 시인 같았다.
나도 나의 지루한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 색다른 묘미를 찾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
한줄서평 "종이책이던 e북이던, 책은 내게 희노애락애오욕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