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 버전은 이미 절판되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리즈물에서 구입했다.
안요한 목사의 삶을 바탕으로 그려진 장편소설이다.
간증 문학이라 볼 수 있는데, 스토리는 상당히 흡수력 있다.
이틀밤 사이에 다음 페이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읽다보면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느 내용이 허구인지 헷갈린다.
우리 삶 자체가 그 경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게 낯선 모습은 아니다.
소설 제목의 띄어쓰기도 참 독특하며, 영문으로는 come low unto us라고 한다.
성경의 한 구절로 보이는데, 서른일곱에 실명하게 된 주인공의 삶은 그 진폭이 상당하다.
성경 욥기의 한국 버전 같기도 하고, 사람이 가장 밑바닥에서 어떻게 절망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처절하게 그려낸다.
성경에서 '빛'이란 단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소설에서도 결국 주제는 '빛'이다.
그냥 빛나는 형태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다.
십여년 전 어떠한 힘겨움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권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이재철)'가 당시 내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아마도 내가 그 당시 어려움을 헤쳐나오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삼십대 초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다.
이 책 또한 우연히 주문하여 읽어보았는데, 마흔 초반의 나에게 보내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우연히라기 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다는게 맞다.
큰 기대없이 접한 서적들 속에서 나만의 보석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다.
주인공을 죽음에서 건져낸 성경 말씀이 있듯이, 나를 구원한 시편 17편 15절이 불현듯 생각났다.
"나는 의로운 중에 주의 얼굴을 뵈오리니 깰 때에 주의 형상으로 만족하리이다"
왠지 모르겠으나, 2009년 즈음 예수님을 영접한 순간 나는 이 구절을 떠올렸다.
꿈에서 '더이상 어둠에서 머물지 말고 빛으로 나와라'라는 음성을 들었고, 아침에 깨어났을 때 그 말씀 구절을 떠올렸다.
잠에서 깼을때 내 마음은 굉장히 포근하고 따뜻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분명 평소의 꿈, 기도, 또는 그것(?!)과는 달랐다.
그 날 이후 실제 나의 삶은 조금씩 바뀌었고, 죽음(또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
나의 방황하는 이십대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나는 차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 속의 많은 먼지가 씻겨내려갔다.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