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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반려자 구로타 시게코 ('15년 사망한 고인)가 쓴 전기이다.

천재는 외롭고 배고프지만, 시게코와 같이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사람 때문에 그가 버틸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부부 관계, 나와 아내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윈윈, 상호 보완, 동반, 금성화성 등 여러 단어로 표현되는 부부 관계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서 조금 더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인간 관계로 지속 진화하느냐가 핵심이다. 


존 케이지, 존 레논, 요코 오노 등 친숙한 이름들이 나와서 즐거웠다.

나는 여러 부류의 서적 중 특히 예술인의 자서전, 전기, 에세이 읽을 때가 행복하다.

아마 그들의 삶이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과 많이 부딪히고 통통 튀어서 나의 공감대를 이끈걸까. 즉 소수의 관점에서 바라본 삶, 그린 세상에 내가 더 끌리고 있다.


Nam Jun Paik에 대해 잘 모르던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그는 이제 내가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존경하는 선배이며,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일본, 독일, 미국에 살았지만 한국 여권을 버리지 않은 그를 존경한다.

한국인의 예술가 기질과 한국미(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인간; 천지인, 굿 등 접신기질)에 대한 그의 의견은 정확했다. 

뿐만 아니라 TV, 인공위성, 미디어, 인공지능 등 미래를 보는 그의 통찰력와 첨단기술 이해도는 놀랍다.

그가 쓴 글과 그와 관련된 책을 몇권 더 읽어보고 싶다.


예술가 특유의 까다로움, 야생, 돌출을 감안하고 그의 작품에 얽힌 여러 비화는 흥미롭다.

이 책은 본의 아니게 그의 작품을 해설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플럭서스(fluxus), 비디오아트, 아방가르드, 설치미술 등 70년대 전후 히피 시대 이야기가 좋다.

이제껏 뉴욕에 무관심하던 내게, 이제는 뉴욕 미술관들이 내 버킷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나같은 몽상가 또는 예술 지향의 사람에게 다소 정적인 샐러리맨 생활은 불편하다.

그래서 업무와 무관한 창의적인 활동을 시도하는데, 내 업과 떨어져 무언가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 안에서 끊임없는 내적 갈등, 고뇌, 좌절 등이 발생하였으며 이제는 나이가 좀 차서 그런지 그 감정의 기폭이 상당히 진정되었다. 내 일상에서 어떻게 억제되어 있는 (또는 잠재된) 예술가 기질을 발현할 수 있는지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다.


조만간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 활동이 보편화되거나, 누군가 새롭고 더 난해한 예술 장르를 개척하겠지. 미대 전공자들이 컴퓨터 등 IT 기기 활용하는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하니, 예술과 기술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트렌드는 마치 수천년 천문학자들이 점섬술까지도 통달했던 인류 문명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글, 그림, 조각, 음악, 수학, 전자공학, 철학은 모두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의 소소한 일상을 백남준처럼 순수하게 또는 기발하게 틈틈히 채우겠다.


나의 사랑 백남준
국내도서
저자 : 남정호,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출판 : 아르테(arte)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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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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