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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여도서를 읽은 후 올초 괌 가족여행에서 처음으로 그림일기를 써보았다.며칠 전 그 낙서들을 다시 펼쳐보니 글로 쓴 일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012
수많은 해외출장 속에서 나는 이러한 찰나의 여유도 갖지 못했는지 아쉬웠다. 그 당시의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키보드 타이핑하는 현 시대에는 '선생각 후필기'라는 사고방식보다는 '실시간 수정' 역량이 더 부각되고 있다. 머리 속으로 충분히 정리한 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내게는 소중하다.
종이조각과 연필 하나가 내게 큰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 이후 저자의 작품을 모두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인간의 지성은 머리에서 시작해 손가락 끝에서 마무리되며, 무언가 쓰거나 그리는 행위는 내게 '반추'와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이 들면서 새로움을 습득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단편들을 맞추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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