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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마지막 근무일에 사내 서점에 들려 그림으로 가득한 책 한 권을 대여했다.
요즘 눈이 피로해져서 그런지 글자보다는 그림이 눈에 다가온다.



이 시대의 잡학박사 움베르토 에코.
그의 소설에는 가끔 아주 긴 목록을 서술한 문장이 나오는데 그의 해박함과 문장의 길이에 숨 넘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세상을 분류하길 좋아한다.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목록을 만들어 관리한다.
특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록(또는 프레임)을 만들고 관리하는 이들은 이 지식의 홍수 속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내가 요즘 관리하는 목록이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폴라로이드 사진, 서재 책장, 성경 구절, 블로그, 에버노트.

이 책의 부제는 '문학과 예술 속의 목록사: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이다.
실제로 서양 문명을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명화/명시로 훑어본 기분이 든다.

목록 그 자체는 유한하지만, 목록은 무한성을 상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많은 명화들이 목록(list)를 활용하여 화가의 무한성을 표현하였다.
움베트로 에코는 사물의 목록, 장소의 목록 등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신기한 것들의 목록'에 끌렸다.

요즘 아이한테 코코몽 책을 읽어주는데, 코코몽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신기한' 캐릭터 목록이다.
동물과 음식의 혼합물인데 어떻게 보면 징그럽지만 유아용 캐릭터가 그런지 굉장히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코코몽은 원숭이+소시지, 파닥은 닭+파, 아로미는 토끼+계란, 두콩은 돼지+완두콩, 케로는 당나귀+당근이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며 책을 읽어서 그런지 책 내용은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2년 마지막 날에 이 책을 읽으며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다.
2013년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서적을 구입해서 탐색하려고 한다.
로아나, 바우돌리노, 미/추의 역사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문득 대학교 방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에코 책을 읽던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는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문학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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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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