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예술
위로의 미술관 (진병관)
ThyArt
2025. 4. 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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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파서(예술 고프다), 최근 알라딘 중고에서 구입한 서적이다.
한때 미술, 음악 등 예체능 분야도 종종 읽었는데,
요즘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는지 나 스스로 뜸해졌다.
교보문고 홈피에서 발췌한 책 속의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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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의 애나는 손녀와 손자들이 사용하던 붓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그녀의 가족은 애나가 만든 잼과 그림을 마을 바자회나 장터에 선보였지만, 잼은 상을 받아도 그림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애나는 화가로 돈을 벌거나 성공하려는 욕심을 갖지 않았다. 자신이 경험한 다정하고 따뜻한 고향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는 일,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
_“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이루길 바라요: 모리스 허쉬필드, 그랜마 모지스(본문 32쪽)” 중에서
20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남성 화가가 그린 여성 누드는 우윳빛 살결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남성의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남성의 누드를 그리며 금기에 도전했던 그녀는 여성의 몸을 솔직하게 그린다.
수잔 발라동의 〈목욕하는 여인들〉에는 여인들의 늘어진 뱃살과 처진 가슴이 숨김없이 표현됐다. 그녀의 누드화는 예쁘지도, 에로틱한 분위기도 풍기지 않는다. 발라동은 여성의 누드를 통해 진실한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성의 시선에 갇힌 여성의 몸이 아닌 뚱뚱하고 처진 몸 또한 진짜 여성의 몸이며 생생한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한다.
〈푸른 방〉에 그려진 여인은 누드는 아니지만, 당시 그녀가 얼마나 전통적 회화의 주제에서 멀어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파란 시트 위에 비스듬히 누운 여인은 책을 다 읽었는지 편안한 옷차림으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강요된 고분고분하고 단아한 이미지라고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_“늘어진 뱃살과 처진 가슴, 이게 진짜 나야: 수잔 발라동(본문 55쪽)” 중에서
인간은 나약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살아남은 이 중 한 명이 붉은 천을 하늘 높이 들어 어딘가를 향해 흔들고 있다. 저 멀리, 캔버스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자신들을 구해줄 존재가 있다는 듯 온 힘을 다해 천을 흔들며 소리친다. 그의 필사적인 노력이 비록 부질없다 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다면 분명 바다를 가르며 비추는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은 존재할지 모른다.
바다보다 하늘을 더욱 넓게, 차가운 바다의 색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하늘색을 강조해 그린 화가는 대자연 앞에서 초라하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는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_“필사의 노력이 부질없다고 하더라도: 이반 아이바좁스키(본문 94~95쪽)” 중에서
르누아르는 성공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그렇듯 완벽한 순간만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50세가 넘은 그에게 화가로서 커다란 시련이 닥친다. 10여 년 전, 자전거에서 떨어져 오른팔이 부러졌을 때도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그에게 이번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찾아온 것이다. 뼈나 관절이 단단하게 굳고 통증이 생기는 이 병은 매일 붓을 쥐고 팔을 써야 하는 화가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 해를 거듭하며 그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했고, 50대 후반에는 오른팔에 마비가 온다. 그리고 70대가 되어서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했고, 결국 손가락이 모두 뒤틀린다.
(…) 그러나 60년의 화가 생활 동안 약 6,000점의 작품을 남긴 그는 하루도 그림을 그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말년에 손가락이 뒤틀려 붓을 쥐는 것이 어려웠을 때도 손에 붕대를 감고 그림을 그렸다. 그런 르누아르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질문한다. 그림 그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 왜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그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기에 그림을 그린다”라고 답한다.
_“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답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본문 107~109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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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대표 작품들 그리고 이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된 서적이다.
다만, 저자는 목차를 흥미롭게 나누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 유난히 애쓴 날, 외로운 날, 휴식이 필요한 날.
이반 아이바좁스키
라울 뒤피
특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이바초브스키의 바다 그림, 그리고 라울 뒤피의 도심 속 풍경들.
웅장함 vs. 상큼함이라고나 할까.
이 두 거장 모두 '유난히 애쓴 날'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는데,
요즘 내 심정을 대변한 셈일까.
작은 책 속의 그림 사본들을 멍하니 쳐다만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 쉼표, 힐링이 조금 된다.
원작을 눈 앞에서 볼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간접의 간접의 간접.
사본의 사본의 사본.
예술의 보편화,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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